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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해뜰 날

Kimchi1004 2023. 7. 20. 22:42

비가 많이 왔다
그야말로 경상도 사투리로 억수로
전라도 사투리로 허벌나게 왔다.

양산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출발해서 가고 오는 시간까지
우리가 오가는 길에는 비가 멈춰줬다
이걸 기적이라고 하나?
그리 기적을 나에게 줄 만큼 착한 일을 한적이 없는데?

아무튼 길 옆으로 보이는 강이나 냇물들은 이미
그 한계선을 넘은 듯이 보였다.
물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과
환경들이 매스컴을 장식하는데
실제로 보니 물에 대한 공포감이 들었다.

어릴적 홍수를 두번봤다.
온 동네의 논밭이 흙탕물에 잠긴 모습
그리고 내가 가장 동네에서 크게 보았던 냇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조그맣던  시내가
어느새 강처럼 보였다.
산골에 살던 나에겐 그 물이 인생처음으로 본 가장 큰 물이었다.
건너야 집에 가는데 친구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구르다
우리는 가방을 먼저 반대쪽에 던지고
열심히 폴짝 뛰어서 냇물을 건너기로 했다.
친구들은 무사하게 건넜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힘껏 가방을 던졌는데 가방은 반대쪽에 도착하지 못하고 냇물에 빠져 흘러내려갔다.
문득 어린 머리속에 스치는건 엄마한테 혼나는데 였다.
얼른 뛰어들어 가방을 잡았지만
내 키보다 높고 많은 물이 흐르는 물의 속도를 나는
감당할 수 없었다.
수영 할 줄도  전혀 몰랐던 나는 간신히 풀을 움켜잡고
물의 위험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난 온 몸이 젖었고 책들도 젖었고
집에 왔는데 엄마는 말없이 나를 맞이해주셨다.

그 후로 나에게 생긴 트라우마라는 정신병이 있다.
물이 무서워졌다.
지금도 무섭다.

양산오가는 동안 차안에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맑게 개인 하늘을보았다.
너무 햇빛이라는 것이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인간의 나약함을 배운다.
자연.숨쉬기 등등
모든 것을 인간은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맑은 날있으면
흐린 날 올것이고
흐린 날 뒤엔 무지개가 반드시 뜬다.

쨍하고 해 뜰 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밑바닥일지라도
결코 낙심말고 기다리자
쨍하고 해 뜰 날을 말이다.

#쨍하고 해 뜰날#하늘#비#맑은 날#축복